“우리를 지운 행정, 기록으로 맞섰다”

『나는 포주다』 출판 토크… 이계순 저자, 대추벌 삶과 공동투쟁의 상처를 말하다

 

[한국소통투데이=정서광기자 ] 파주 대추벌 공동투쟁의 한복판에 섰던 이계순 저자가 자서전 『나는 포주다』 출판 토크에서 자신의 삶과 용주골·대추벌 여성 업주 및 종사자들의 현실, 그리고 파주시의 철거 행정을 둘러싼 갈등을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4월3일 오후2시 파주시 문산읍 문산리 프리마루체 3층 연회장에서 진행자 문학박사 김용한(핸섬킴)과 대추벌 투쟁위원들과 일반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된 이날 토크는 단순한 북콘서트가 아니었다.


한 여성의 개인사가 곧 지역의 현대사였고, 한 권의 책은 곧 파주시 행정이 외면한 사람들의 생존 기록이었다.

 

저자 이계순 씨는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폭력, 가족 해체, 생계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온 과정을 솔직히 풀어냈다. 그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남편의 조직 생활 인맥을 통해 화양리에서 일을 시작한 뒤 다시 파주 대추벌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처음에는 1년 가까이 거부했다. 포주라는 일이 무섭고, 다른 세상 사람들만 하는 일인 줄 알았다”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그곳에도 먹고살기 위해 버티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추벌 현장에 대해 “서울과는 분위기가 달랐다”며 “지금 현장에 있는 여성들 다수는 생활고와 생계 문제를 떠안고 버티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40대, 50대가 넘어도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성매매 집결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실제 삶의 간극을 강조했다.

 

토크 진행 과정에서는 업주와 종사자의 관계를 둘러싼 질문도 나왔다. 이 씨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감금·갈취·인권유린 이미지에 대해 “적어도 나는 그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종사자들을 가족처럼 생각했고 함께 울고 아프며 살았다”고 말했다. 이는 현장 전체를 일률적으로 범죄화하는 시선에 대한 반박으로 읽혔다.

 

이날 가장 무거운 대목은 역시 파주시의 철거 정책과 감시 행정을 둘러싼 증언이었다.
이 씨는 2023년 이후 파주시가 대추벌 철거 방침을 본격화하면서 업주와 종사자, 주민들이 극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CCTV 설치 문제, 현장 순찰과 감시, 철거 예고와 행정 압박 등이 이어지면서 생존 자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그는 “카메라를 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감시하는 체제 아니냐”며 “우리의 인권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행정이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또 “몇 달만 시간을 달라고, 자진 정리하겠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철거 저지 국면에서 벌어진 자해 시도와 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막으려고 했고, 죽지 않을 만큼 피를 내 보이려 했지만 결국 더 큰 사건이 됐다”며 “지금도 항소 중”이라고 말했다. 생존의 벼랑 끝에서 벌어진 극단적 저항이 형사처벌로 이어진 현실까지 책에 담겼다는 설명이다.

 

출판 토크에서는 이계순 씨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조명됐다. 그는 여성 업주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인근 일반 주민들과 교류하며 부녀회를 조직했고, 경로잔치와 봉사활동, 난타·에어로빅 재능기부 등으로 지역사회와 연결돼 왔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집결지 사람들’로만 낙인찍혀 온 이들이 실제로는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맺고 활동해 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씨는 “주민들과 가까워지면서 우리도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주시 행정은 이들을 협의의 대상이 아닌 정리 대상, 통제 대상으로만 취급해 왔다고 성토했다.

 

이날 토크 말미에서 그는 “시청 직원들, 경찰서 직원들, 정치권 인사들이 이 책을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며 “밑바닥 삶이 얼마나 힘든지, 왜 이런 싸움이 벌어지는지 들여다봐 달라”고 호소했다.

 

『나는 포주다』는 자극적 제목으로 소비될 책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와 지역 행정, 낙인과 생존, 여성의 노동과 폭력, 그리고 철거 행정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짓눌러 왔는지를 보여주는 증언록에 가깝다.

 

이날 토크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파주가 끝내 들어야 할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