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원을 달리는 붉은 말, 우리가 나아갈 길

[한국소통투데이 통신사=권영분 칼럼]붉은 말의 병오년(丙午年), 2026년이 밝았다. 내일이면 설이다. 뜨거운 불의 기운을 품은 말이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형상이라 했다. 예부터 병오년은 격정과 속도의 상징이었다. 1906년도, 1966년도 그러했다.

 

그리고 60년이 흘러 다시 돌아온 붉은 말의 해, 우리는 묻는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지난 한 해 우리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2차전지 산업의 가파른 상승 곡선을 따라 숨 가쁘게 내달렸다. 초고속 네트워크 위에서 여론은 순식간에 번졌고,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요동쳤다. 속도는 경쟁력이 되었고, 빠름은 미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속도가 곧 방향은 아니다. 질주하는 말에게 고삐가 필요하듯, 우리 사회에도 중심을 잡아줄 기준이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가 삶의 품위를 앞지르지 않도록, 성장의 숫자가 공동체의 온기를 식히지 않도록 말이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정치 역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구호는 더 커지고 말발굽 소리는 요란해진다. 그러나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소란스러운 질주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꾸준함이다. 붉은 말의 뜨거움이 분열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성숙한 타협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경제는 우리에게 체력을 묻는다. 물가 상승의 압박이 다소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체감 경기는 여전히 팍팍하다.

 

자영업자의 한숨,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의 불안, 노후를 걱정하는 중장년의 고민이 교차한다. 멀리 달리기 위해서는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과감한 혁신과 함께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균형 감각이 절실하다. 기업은 두려움 없이 도전하되, 사회는 실패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산으로 바꾸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붉은 말은 용맹하지만 홀로 달리지 않는다. 무리를 이루어 바람을 가른다. 2026년 우리가 마주한 과제 또한 그렇다. 기후 위기 대응, 인구 구조 변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균형 발전은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 시민이 각자의 속도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해 보폭을 맞춰야 한다. 새해 인사에는 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말이 담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방향 있는 속도’다. 뜨거운 열정은 지니되 타인을 태우지 않는 온도로, 빠르게 나아가되 뒤처진 이를 외면하지 않는 속도로. 2026년이 과열이 아닌 도약의 해로, 분열이 아닌 연대의 해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초원을 가르는 말발굽 소리가 올 한 해 희망의 리듬으로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