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와 제주를 해저 터널로 연결하는 고속철도 구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7일, 전남 해남군과 완도군이 공동 주관한 ‘해남·완도 경유 서울~제주 고속철도 유치 토론회’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을 앞두고 마련된 자리로, 해저 고속철도 구상이 국회 차원의 정책 논의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에서 KTX를 타고 해남·완도를 거쳐 제주로!”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으며, 공동 주최자인 박지원 국회의원을 비롯해 민홍철, 민병덕, 민형배, 허종식, 손명수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지원 의원은 인사말에서 “서울~제주 고속철도는 국가 균형발전과 전남 서남권 도약을 이끌 핵심 국가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완도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수도권과 제주를 연결하는 최적의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명현관 해남군수 역시 “서울~제주 고속철도는 해남과 완도의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핵심 인프라”라며 사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군수는 또 “완도에는 해양바이오와 해양관광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고속철도 건설 시 다른 지역보다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머물렀던 해저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해남군은 서울~제주 고속철도 노선에 해남을 경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총사업비 약 27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해남~완도~제주를 잇는 구상이 포함돼 있다. 완도군의회 또한 지난해 10월 20일 본회의에서 해당 노선의 국가계획 반영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는 2023년 11월에 이은 두 번째 공식 건의로, 지역사회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향후 시속 350km급 고속열차가 도입될 경우, 서울에서 제주까지 이동 시간은 약 2시간 26분, 전남에서 제주까지는 약 40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저 고속철도 논의는 2007년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김태완 제주도지사가 공동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2012년 국토해양부의 타당성 용역 조사, 2017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추가 조사에서 경제성이 이전보다 개선된 결과가 나오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번 토론회는 해남군과 완도군이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로, 사업 추진의 주요 배경에는 제주국제공항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제주공항은 기상 악화로 인한 지연·결항이 연간 약 1천 건에 달해 국내 공항 중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강승필 고양도시공사 사장의 진행 아래, 항공 교통의 안전성과 수용 한계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제주 노선 항공 좌석 수는 연간 3천만 석을 넘어서며, 폭설이나 장마철에는 수일간 발이 묶이는 사례도 빈번하다.
항공 좌석 기준으로 산출한 연평균 사고 확률은 0.9건에 달하며, 항공기들이 일렬로 비행하는 모습은 고속도로의 차량 정체를 연상시켜 대형 사고 위험성도 지적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서울~제주 고속철도는 충분한 타당성을 갖춘 사업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정작 해남과 완도는 철도 노선이 전무한 ‘철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갖춘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제주 제2공항 논란으로 인해 전남~제주 해저 터널 구상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강승필 좌장은 “제주 지역에서 고속철도에 대한 찬성 여론이 과거 70% 이상에서 제2공항 논란 이후 40%대로 낮아졌지만, 고속철도의 실질적 편익이 알려진다면 인식 변화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서울~제주 해저 고속철도가 완공될 경우, 전남 최남단에 위치한 해남과 완도는 제주와 가장 가까운 관문이자 향후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전략적 거점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서울~제주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