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경기도 화성시 시립남양도서관에서 고(故) 김재관 박사를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화성시 부시장, 김재관 박사의 아들인 KAIST 김원준 교수, 정희준 장학재단 이사장, 전 국회의원 강성구 의원, 시민 등 13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고 김재관 박사(1933~2017)는 대한민국 산업화와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 중공업 및 표준화의 선구자다. 화성시 출신으로 독일 유학 중 철강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귀국 후 대한민국의 중화학공업 육성과 국가표준체계 확립에 전력을 다했다.
그는 포항제철소 설립을 제안하고 청사진을 제시한 인물로, 철강을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산업화의 첫 단추를 끼웠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현대 정세영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하여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인 ‘포니’의 개발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한국표준과학연구소(KRISS)를 설립하고 초대 및 제2대 소장을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산업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국가표준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헌법 제127조 제2항에 기반한 국가표준제도의 입법화를 주도하여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을 공고히 했다.
2017년 별세 후에도 그의 공적은 지속적으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2001년 과학기술훈장 혁신상 수훈, 2023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 지정,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등으로 예우받고 있다.
그의 자서전 『뮌헨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기적』에는 6.25전쟁 중 독일 유학길에 오른 한 청년이 철강을 통해 국가 재건의 희망을 발견하고, 이후 중화학공업, 자동차 산업, 국가표준 제도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준비해온 여정이 담겨 있다.
고인의 아들 김원준 교수는 “이번 공적비 건립은 단지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는 것을 넘어,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한 모든 과학자들의 정신을 기리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생전에 자녀들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 역시 과학과 산업 현장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발자취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