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라이프] 이동식 시장∙도서관∙스쿨버스...中 친링 '완행열차', 산골 주민의 든든한 발

  • 등록 2024.02.25 17: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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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링(秦嶺)역을 향하는 기차에 탑승한 승객이 지난 1월 28일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시안=신화통신) 춘절(春節·음력설) 연휴 기간 산시(陜西)성에선 설경을 즐기기 위해 완행열차를 타고 인근 친링(秦嶺)산맥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산시성 바오지(寶雞)시에 사는 장샤오민(張曉敏)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14일 친구들과 함께 바오지역에서 6063편 열차를 타고 친링산으로 향했다.

그는 "샤오훙수(小紅書·중국 라이프스타일 중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낭만적인 눈 영상을 본 후 이번 여행을 기대하게 됐다"면서 기차표 가격이 7위안(약 1천300원)으로 가성비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겨울 친링산맥 깊숙한 곳을 달리는 완행열차가 현지인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열차는 여행뿐 아니라 오랫동안 친링산맥의 사람들을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 수단의 역할을 해왔다. 중국 북부와 남부 지역의 자연 경계선인 친링산맥은 동서로 1천600㎞ 이상 뻗어 있다.

산시성 바오지시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를 잇는 바오지~청두 철도는 1958년 완공돼 운행을 시작했다. 그 후로 6063/6064편 완행열차가 이 노선을 달리고 있다. 최고 요금이 39.5위안(7천원)인 이 열차는 약 350㎞를 운행하며 32개 역에 정차한다. 대부분 친링산맥에 자리 잡은 역이다.

6063편 완행열차 차장인 샹바오린(向寶林·59세)은 20년 넘게 근무했다. 그는 열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80㎞가 채 안 되지만 저렴한 가격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교통수단이라고 말했다.

바오지~청두 철도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 학생이 지난 1월 28일 책을 읽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열차는 지역 주민에게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이동식 시장'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은 기차에 농산물을 싣고 오가면서 물건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를 돕기 위해 일부 좌석을 없애고 농산물 수급 정보를 붙이는 게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산시성 한중(漢中)시 옌쯔볜(燕子砭)진 주민 자오밍잉(趙明英)은 한때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동트기 전 집을 나서 산길을 따라 걸은 뒤 다시 오토바이를 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완행열차 덕분에 쉽게 산을 벗어나 농산물을 팔 수 있게 됐다"면서 "운이 좋으면 절반에 가까이가 기차 안에서 팔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9개의 초중고교를 경유하는 이 열차는 스쿨버스 역할도 하고 있다.

샹 차장은 "2017년에 6호차를 리모델링해 아이들을 위한 이동식 도서관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동료들이 아이들에게 무료로 그림과 서예를 가르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관리자 기자 nbu9898@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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